문화

ART ROOM

넌버벌 퍼포먼스로 재탄생한

‘선사시대’

2만 년 전 달서의 ‘선사시대’가 무대 위로
‘재호’와 ‘수연’의 아들 ‘도윤’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평범한 아이다. 어느 날 부부싸움을 하는 엄마 아빠를 보고, 그 이유가부모가 밖에서 가지고 온 ‘걱정’과 자신 때문이라고 오해를 한다. 그러던 중, 달서구의 유물이 발견된 곳에서 물건이 사라진다는 뉴스를 듣게 된다. 자신이 사라지면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든 ‘걱정’을 가지고 그곳으로 향하고 도윤은 강한 빛에 이끌려 정신을 잃고 낯선 곳에서 눈을 뜨게 된다. 8월에 막이 오를 넌버벌 퍼포먼스 <선사시대>의 스토리라인이다. 지역 예술가로 꾸려진 출연진과 스태프,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한 움직임과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공연으로 달서의 새로운 네임드 공연이 될 <선사시대>의 김현규 연출가를 만났다.

 

 
달서아트센터 2024년 새로운 프로덕션 작품으로 <선사시대>를 선보인다. 많은 장르 중 넌버벌 퍼포먼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어느 연극제에서 독일의 넌버벌 퍼포먼스 <빨래하는사람들>이라는 작품을 보게 됐다. 몸짓과 약간의 의성어가 가미된 극임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으로 그들의 대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말보다 몸이 더 솔직하고 순수하게 반응한다. 그 몸짓이 언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공연을 감상하는데 있어 오히려 더 큰 공감과 전율을 준다고 느꼈다. 그래서 넌버벌 퍼포먼스에 관심이 있었고. 마침 달서문화재단에서도 색다른 형태와 형식의 공연을 원하고 있어 타이밍 좋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주제 중 달서의 문화유산인 ‘선사시대’를 콘텐츠화했다. 창작자의 관점에서 ‘선사시대’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가.

2만 년이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물리적으로 큰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 커다란 시간의 간극에서 우리만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채울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 단순히 역사적 가치로서의 ‘선사시대’를 탈피해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면서 선사시대는 더이상 잠들어 있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무려 2만 년 전의 시간과 공존하는 삶. 달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선사시대> 공연 연출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둔부분은.

비언어적으로 진행되는 공연이다 보니 스토리 전달에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스토리를 명료하게 하자는 것과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빈칸을 많이 마련해 두는 것에 중점을 뒀다. 관객이 스스로 상상하고 대사를 채워나갈 수 있게, 그리고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들을 준비했다. 관객들은 극장에 들어설 때 악기를 하나씩 받게 된다. 이 악기는 단순한 악기가 아닌 업사이클링으로 제작한 타악기다. 그 악기를 들고 공연을 보면서 무대 위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춰 악기를 두드릴 수 있다. 관객인 동시에 연주자가 되는 것이다.

 

8월이면 <선사시대>가 무대에 오른다. 소감이 어떤지.

교과서에서만 접하던 ‘선사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공연, 특히 넌버벌 퍼포먼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전한다는 것에 자부심과 동시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달서의 선사시대 유적이 시간을 거슬러 2024년 현재 우리의 이야기 속에 재탄생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이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보다 더 순수했을 선사시대의 이야기를 관객들이 함께 웃고, 두들기고, 즐겨주시는 것만으로도 연출자로서 가장 기쁜 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