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Dalseo

People

평생 배움,
잘 갖춰진 복지제도 한국 오길 잘했어요

결혼이주여성 쉬레이(徐磊)

지난해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다문화가구 수는 34만 6,017가구이며, 이 가운데 결혼이민자 가구 수가 82.4%를 차지하고 있다. 또 대구시가 2020년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대구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구원 수는 총 3만 3,373명으로, 달서구 거주자가 7,928명으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결혼이민자는 1,399명, 한국인 배우자를 둔 경우는 1,123명이다. 본동에 거주하는 쉬레이(徐磊) 씨도 그 중에 한 명이다. 쉬레이 씨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가 고향이다. 그 곳 전문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성서공단에 본사를 둔 ㈜푸드웰의 중국법인에 입사해 7년간 근무했다. 회사 근무 중 한국으로 6개월 연수를 왔을 때 본사에 근무 중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3년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국제연애를 한 끝에 결혼해 2017년 대구로 왔다.
한국에 온 첫 해에 사내아이를 낳고, 이듬해 딸아이를 출산했다. 엄마가 됐지만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할지 막막했다. 급기야 산후 우울증이 생겼었다. 보통의 한국여성들이라면 친정어머니가 여러모로 챙겨주겠지만 쉬레이 씨는 입장이 달랐다. 다행히 통영의 시부모님과 남편이 극진히 챙겨줘 우울증도 극복하고 체력도 회복할 수 있었다. 쉬레이 씨는 “시어머님께서 친딸처럼 챙겨주셔서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가족센터에서 배우면서 사는 재미 느껴

2017년 대구로 맨 처음 왔을 때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한국어 실력도 일천했다. 관광객으로 왔다면 보고 싶은 것 보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생활은 달랐다. 언어는 물론이고 한국의 사회 시스템을 모르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린아이나 다를 바 없었다. 남편이 출근하면 혼자 아이들과 씨름하는 것으로 4년을 보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갈 나이가 됐을 때, 배움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처음 달서구가족센터를 찾았다. 가족센터는 쉬레이 씨에게 서광과도 같은 곳이었다. 컴퓨터를 비롯해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했고, 중국과 달리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배울 수 있었다. 컴퓨터와 한글, 놀이지도 등 신청한 프로그램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들었다. 가족센터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만나고 배움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을 알게 되자 사는 재미를 느꼈고, 목표가 생겼다.
쉬레이 씨는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으니 너무 좋다. 특히 우리 같은 이주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잘 돼 있어 하루하루 배우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같은 처지 이주여성들에게 도움 주고파

쉬레이 씨가 올해 가족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취득했거나 취득할 자격증은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세계전래놀이지도사 등 모두 8개. 쉬레이 씨가 이렇게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열심인 이유는 스스로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 외에도 같은 처지의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쉬레이 씨는 ‘무늬만 성인’이었다. 또래의 한국인이라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것들도 쉬레이 씨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들이었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남들은 덜 겪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이다. 쉬레이 씨는 “열심히 배워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고 싶다. 그것이 내가 가족센터에서 받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현재 쉬레이 씨는 가족센터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놀이지도를 하고 있다. 또 달서구가족센터 SNS기자단으로도 활동 하고 있다. 기자단 5명 가운데 이주여성은 쉬레이 씨가 유일하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통해 이주민들에게 가족센터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5월부터 시작한 블로그에는 아직은 서툰 한글로 가족센터에서 진행한 한가위 행사와 한글 백일장 등 행사 사진과 글들이 올라와 있다.

중국어 교사와 통 · 번역가 꿈… 방통대 3학년으로 편입학

쉬레이 씨는 올해 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학했다. 학위를 따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칠 계획이다. 또 대학 졸업 후 기회가 된다면 대학원에 진학해 한 · 중 통역 및 번역가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보통의 한국 학생들은 중국어 교사나 통역을 하기 위해서 중국어 공부를 많이 해야 하지만, 쉬레이 씨는 오히려 한국어를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특히 한국어 발음과 쓰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또 한국인처럼 생각하는 것도 노력 중이다. 한국인처럼 생각하기 위해서는 한국문화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문화와 생활방식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