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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행복한 노년의 삶,
여가와 문화생활에 답 있다

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정책연구실 윤소영 선임연구위원

인간은 언제 행복한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배고픔이나 추운 고통에서 벗어났을 때 행복감을 느끼고, 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됐을 때 매우 만족한다고 한다. 따라서 예전에 누렸던 행복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즐거운 사건이나 행동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반복하려고 하고, 생활하면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행위에 완전히 몰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개인적인 행복감은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인정도 받고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더 높아진다고 한다. 나아가 여러 영역에서 균형적인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가치에 골고루 관심을 가질 경우 그 행복감은 최상이 된다고 한다. 즉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즐겁게 하되,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균형적인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행복한 장면을 자주 만나는 접점이 문화생활이나 여가활동을 하는 순간이라는 결과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왜냐하면 여가는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직접 참여해 체험을 통해 만족감을 얻게 되는 것이며, 그 활동 자체가 가지는 즐거움과 최적화된 심리적 상태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하고, 하다 보니 더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혼자서 오랫동안 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꼭 해야 된다’는 당위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날씨 탓을 하거나 몸이 안 좋다는 개인적인 핑계로 미루기도 한다. 때문에 혼자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고 같은 취향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려고 한다. 즉 일 이외의 여가활동을 통해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소통하면서 지속하려고 한다는 측면에서 위에서 언급한 행복의 조건과 일맥상통한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여가경력 쌓아야 돼

평균 수명이 늘면서 남은 생애 동안 질병이나 사고로 인하여 아프지 않은 ‘건강수명’은 기본이고, 건강하면서 행복하게 생존하는 ‘행복수명’이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윌리엄 새들러(William Sadler)는 “인생 80대를 산다고 가정해도 20세에서 60세 까지 40년 동안 지나온 노동수명(약 9만 시간)은 60세 이후 최소 20년간 자유 시간(9만 시간)과 맞먹을 것이기 때문에 70대 이후 성공적 노화를 위해서는 40대 이후 30년 동안 어떠한 삶을 사느냐에 달려있다”라고 했다. 즉 노령기를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40대 이후 30년간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실정은 미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채 공부하고 일하다가 그냥 노후를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행복한 경험을 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여가활동이 필수적인데 우리나라 실버 세대들의 여가활동은 다양하지 못하고, 휴식 위주의 활동이 대부분이다. 또 사회적인 관계도 친목단체나 종교관련 사회활동 중심이다. 때문에 적극적인 여가활동이나 문화적 참여를 통한 만족도는 낮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은 60대나 70대 이상의 여가활동 참여 개수가 적으며, 취미오락활동의 비중은 적고 휴식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또 젊었을 때나 적어도 40대 이후에라도 정기적인 문화예술과 스포츠, 관광 등을 하는 사람이 어쩌다 한번 단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에 비해 성공적인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노년기에 사회봉사 조직에 가입돼 있거나 교제범위가 넓고 지적ㆍ예술적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들이 젊었을 때 그러한 활동들을 해왔던 사람들이며, 반대로 은퇴 이후에 여가활동이 적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이 젊었을 때 여가 관심의 범위가 한정되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쉬운 말로 ‘놀아본 경험이 있어야 나이 들어서 잘 놀 줄 알며, 이러한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여가도 경력이 필요하다(Leisure Career)’는 것이다. 직업을 갖기 위해서 온갖 스펙을 쌓고 경력을 관리하는 것처럼 노후의 삶이 풍요롭고 행복해지려면 여가경험과 경력이 쌓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가경험과 경력 개발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가정 내에서나 외부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경험을 쌓는다. 그런 다음 자기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활동 1 ~ 2가지를 선택해 집중적인 참여를 하고, 동호회나 커뮤니티에 가입해 확장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경험은 축적되고, 준전문가의 반열에 오르거나 본인의 활동을 타인과 나누려는 행동방식으로 나타난다. 즉 사회적 여가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참여를 시작하는 것이고,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베이비붐세대, 적극적인 여가활동과 공유 통해 존재감 부각

최근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상대적으로 고학력자인 신중년 세대가 노인 인구로 편입되면서 노인사회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베이비붐세대(1955 ~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약 716.7만 명)가 2022년 현재 59세에서 67세에 해당되면서 새로운 세대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그 이전 세대인 70대 이상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문화경험이나 정보통신 기술에 능통하며 교육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된다. 이들은 실버시장의 소비 주도층으로 불릴 정도로 자기 자신에 투자하고 유행에도 민감하며, 자신만의 취향과 브랜드를 추구한다. 실버산업 가운데 여가산업 비중이 가장 높을 정도로 문화와 여가활동에 적극적인 세대로 이해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기술로 축적한 재능을 다른 고령자나 다른 연령층과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공유를 통해 스스로 사회적 존재감이나 정체성 회복을 추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실버마이크’ 사업을 들 수 있다. 실버마이크는 60대 이상의 실버세대들이 단순히 문화를 향유하고 참여하는 것을 넘어 실버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지역주민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마당(장, 場)을 만들어 주는 사업이다. 전국 단위로 만 60세 이상 실버 예술가나 예술가팀을 발굴해 공연을 통해 지역주민과 만나고, 실버 예술가들 간의 관계망을 형성하여 자긍심을 고취하는 교류를 활발히 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버세대들이 주민들을 만나고 공감하며, 자신들의 활동에 격려를 받아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노인 단독가구가 증가하고 홀로 사는 노인의 고독사와 외로움의 문제들이 이슈로 제기되는 현 시점에, 실버세대들의 삶의 질과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2022년 실버마이크 사업을 신청한 지역의 실버 예술가 신청자의 평균 경쟁률은 3.7대 1로 나타난 사실로 보아, 실버세대들의 문화적 욕구와 활발한 참여를 예측할 수 있다. 이외에도 조손(祖孫)세대 간의 전통 무릎 교육을 모델로 한 ‘이야기 할머니 사업’이나 ‘실버문화자원봉사단’ 등도 활성화되고 있다.
실버세대들은 문화를 향유하고 참여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화예술적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길 원하며, 공연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잠재되어 있는 욕구나 적극적인 활동을 끄집어내 실현하고자 하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실버세대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여가생활 설계

실버세대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건강한 여가생활을 위한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 건강한 여가는 당연히 행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직접 참여해 행동했을 때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는 것보다는 그림을 직접 그리는 것이 더 건강한 것이다. ▲ 여가활동 중에서 창조성을 포함한 여가활동은 그렇지 않은 활동보다 우리를 더 건강하게 한다. 예를 들어 게이트볼을 여가활동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 동작과 경기 규칙 방법 등을 배워야 하는데 이러한 배움은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 여가활동에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정이나 복지관에서 노인 프로그램을 배울 때 그저 가르쳐 주니 배운다는 수동적인 생각보다는 건강과 여가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건전한 여가로 여겨질 수 있다. ▲ 여가활동으로부터 무엇인가 얻기보다는 활동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즉 등산과 같은 활동을 통하여 자신에게 어떤 이익을 바라는 것보다는 등산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 외로움 때문에 죽지는 않겠지만 인간관계의 부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손상을 입을 수는 있다. 여가생활을 통해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8월 현재 국내 100세 이상 인구는 총 8,469명이다. 올 한 해에만 2,398명이 100세를 맞았다. 길어진 수명만큼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도 커질 것이다.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행복한 노년의 삶, 건전한 여가활동과 문화생활에 답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정책연구실
윤소영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