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미래

달서의 결(結) _ 기억과 전통

인공지능이 열어가는
예술의 미래 구교태

인공지능이 열어가는 예술의 미래 구교태

글_ 구교태 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교수

예술의 미래
인공지능이 열어가는 예술의 미래
예술의 미래

예술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변모해 왔다. 르네상스의 원근법, 인쇄술의 발명, 카메라와 영사기의 등장은 예술의 형식과 내용을 바꿔놓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21세기 들어 인공지능(AI)은 단순한 창작 보조를 넘어, 스스로 창작의 주체로서 예술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후 스스로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 불가능한 결과물을 내놓는 창작의 주체로 성큼 다가왔다. 인공지능이 열어가는 예술의 미래가 여러 분야에서 감지되고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음악, 미술, 문학, 공연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실험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AI 작곡 프로그램은 이미 영화와 게임의 배경음악 제작에 활용되고 있으며, 특정한 스타일의 음악도 손쉽게 자동으로 제작될 수 있다. AI를 통해 작곡한 곡이 실제 음반으로 등록되거나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는 사례는 AI가 미학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그린 그림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어 미술계의 시선을 끄는가 하면1), AI가 집필한 소설이 문학상 수상자 명단에 올라 문단의 논쟁을 만들기도 했다. 번역의 장벽을 낮추는 것을 넘어,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독자의 선호에 맞는 맞춤형 이야기를 생성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AI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는 다양한 스타일의 영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AI가 단순히 인간 예술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창작 영역을 탐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전문적 영역의 예술 활동에 대한 장벽이 무너진 점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간과 AI의 협업이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 창작의 새로운 협력자이다. 먼저, 협업은 도구로서의 역할을 통해 나타난다. 예술가는 AI를 아이디어 스케치, 빠른 시제품 제작, 데이터 시각화 등에 활용하며 창작 과정을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이 개념적 사고와 미학적 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다른 협업 과정은 공동 창작자의 역할에서 드러난다. 사람들이 콘셉트와 규칙을 설정하면, AI는 그 규칙 내에서 다양한 변형(variation)과 예측 불가능한 결과물을 만든다. 예를 들어, 인간 작곡가가 핵심 주제와 음악 장르를 요청하면 AI가 수백 가지 화성, 리듬, 편곡 옵션을 순식간에 제안하여 최종 선택을 도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협업은 관객 참여형 활동으로 나타난다. AI가 콘텐츠 이용자의 생체 데이터(심박수, 뇌파, 동공 움직임 등)나 실시간 반응을 분석하여 작품을 개인 맞춤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전시장이나 공연장에서 관객별로 최적화된 색채, 음악, 스토리라인을 제공함으로써, 예술은 쌍방향 경험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의 예술 활동은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라는 키워드로 요약되기도 한다. AI가 관객의 감정과 취향을 실시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1) 2018년, AI 화가 오비어스(Obvious)가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6억에 낙찰된 사건은 AI 아트가 미술 시장의 주류로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는 예술 산업의 생태계도 바꿔놓고 있다. AI 아트를 활용한 전시, AI 음악가의 영입, AI 기반 출판 시스템 도입 등 산업계의 전략적 대처가 가속화되고 있다. 비전문가도 AI를 통해 다양한 예술 산업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창작의 문턱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점에서 예술의 민주화 현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아트가 주류로 떠오르면서 NFT(Non-Fungible Token)와 블록체인 기반 거래는 디지털 예술의 소유와 유통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창작물의 희소성과 소유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유통 구조2)를 만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AI 예술을 실험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과 MoMA는 AI 아트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개최했고, 유럽에서는 AI 음악 축제와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한국 국립극장은 AI 기반 3D 입체영상 융합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으며, 일본에서는 AI 아이돌이 등장해 가상 공연을 펼쳤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쟁점은 창작의 주체와 예술의 진정성 문제다. 옥스퍼드 대학의 한 연구는 “AI에는 내적 경험이 없기에 진정한 창의성이라 부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예술의 본질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이며, 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창작 주체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다”라는 입장도 있다. 여기에 저작권 문제도 첨예하다. 실제로 AI 이미지나 생성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법적 소송이 진행되거나, 학습 데이터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AI 예술의 확산은 창작 윤리와 법적 제도에 대한 각계의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기구 UNESCO에서도 2021년 ‘AI 윤리 권고안’을 통해 예술과 창작의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룬 바 있다. 인간 창의성에 대한 AI 영향력에 대한 논쟁은 AI 예술이 국제적 담론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2) 2021년,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약 10억에 낙찰된 사건은 이러한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AI 시대에 직면하여 예술은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 결국 핵심은 ‘인간성’일 수 있다. AI는 창작을 확장하는 도구이자 파트너일 수 있지만,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동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리처드 슈스터만(R. Shusterman)이 주장하듯, “예술은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이며, AI는 그 거울이 될 뿐이다.” AI 예술은 우리를 위협하기보다 오히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작동될 것이다. AI가 열어가는 예술의 미래에서, 인간은 어떤 예술가로 남을 것인지. 또한, 우리는 AI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며, 예술의 확장 가능성은 어디까지인지를 지속적으로 묻게 될 것이다.

MIT 미디어랩은 “인간과 AI가 서로 배우고 영향을 주는 공진화(co-evolution) 과정에서 새로운 미학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예술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함께 그려가는 공동의 무대로 진화되고 있다. 인간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창작 활동이 AI를 통해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예술의 미래가 재앙이 아닌 희망이 되도록 공동체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