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2장

사람

빛을 담는 작가,
박한나

빛을담는작가, 박한나

빛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는 일상에서 그 존재를 자주 잊어버린다.
분주한 일상은 우리를 조급하게 만듦으로.
작가는 일상적 소재를 끌어와 빛이 주는 따뜻함, 즉 평화의 순간을 담아낸다.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빛의 그림자는 우리를 평화로운 공간으로 인도한다.
우리는 박한나 작가의 그림을 통해 잠시나마 현대사회의 분주함을 잊고 작가가 말하는 치유의 경험을 통과한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빛을 담는 작가 박한나입니다. 대구에서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카페 겸 작업실 용도로 ‘작은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빛을 담으신다고요.
빛은 저에게 있어 언제나 따뜻함을 주는 소재예요. 살아가다 보면 삶이 척박하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작업을 하면 마음을 가다듬게 되고, 조용해지게 되더라고요. 제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에 창문이 되어 삶에서 여유와 쉼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해요. 사람들을 위로하고 평안을 주도록. 그런 순간들을 그림에 담고자 합니다.

빛을 가지고 어떤 작품들을 작업하고 계신가요?
예전에는 그릇을 대상으로 많이 그렸어요. 그릇을 쌓아 올려 사람을 여러 형태로 배치하는 형식인데요. 최근에는 빛을 이용한 그림에 몰두하고 있어요. 그림자라고 하면 흔히 어둡거나 잿빛을 연상하실 텐데요. 최근에 색채에 관심을 가지면서 파란색, 갈색 등을 사용하여 다양한 색의 그림자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색에 대한 통념을 깨트리는 동시에 시리즈처럼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업 과정이나 작품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저는 작품을 의무적으로 그리는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데요. 일상에서 인상적인 일을 기록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정리해요. 그리고 일상에서 포착한 것들을 조합해서 원하는 스토리로 담아내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릴 때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작업을 ‘어떻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얽매여 진행했을 경우, 끝까지 완성하더라도 제가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진심을 담은 그림들이 저한테 더 와닿기도 하고요. 그래서 주변의 이야기들과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순간만큼은 삶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요.

일상에서 인상적이었거나 모티브가 된 것이 있는지.
과거로 넘어가는데요. 2016년도 작업 중에 ‘눈 내리는 날 우리에게 온 선물’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제가 주변 돌보는 일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서 크리스마스 날 놀지만 말고 주변을 좀 살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저희가 산타가 되어서 독거노인분들을 위해 봉사했던 경험을 작품에 담았던 적이 있는데, 저에게 첫 시도이기도 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작업실에서 클래스도 진행하신다 들었습니다.
대부분 취미생들이 오세요. 그중에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그림을 포기하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그리고 싶었던 그림에 맞춰 진행하다 보니 개개인별로 수업이 조금씩 다르게 진행돼요. 어린이 수강생들에게는 입시 미술 형식보다는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도록 지도합니다. 대상에 대한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기가 원하는 색깔을 도출하기도 하고 추상적인 그림을 그려낼 때도 있어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다 보면 1년 전에 했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확연히 달라진 게 보여 수강생들도 만족도가 높은 과정입니다. 알고 보니 제가 그림을 가르치는 일에도 흥미를 느끼더라고요.

달서구에서 계속 활동하셨는지.
대학을 대전에서 나왔어요. 졸업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보가 부족해 고향으로 다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작업 활동을 지속할 방안을 모색하다가 카페를 같이 열었구요. 오전에는 출강을 갔다가 돌아와 그림 작업과 카페 일을 병행합니다.

예술가로서 달서구의 장단점이 있을까요?
신진 예술인에 대한 혜택이 잘 이루어집니다. 제가 대구 내에서 전시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서울, 부산 지역 위주로만 전시를 하다가 작년부터 렌탈 사업과 같은 신진 작가 후원을 통해 전시, 홍보면에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렌탈 사업의 경우 달서구 지역에 작업실을 두거나 거주하는 분들만 참여가 가능한 게 큰 메리트예요. 주변 작가들 중에서도 그림을 포기한 분들이 계신데, 만약 타지역이었다면 작가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다만 달서구 내에 거주하시는 분들 가운데 전시나 작품 구매에 대해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술의 문턱을 낮춰줄 방안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아요. 대구 아트 페어도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고요. 최근에는 대부분의 전시가 카페 복합문화공간 같은 곳에서 열리는 추세다 보니, 신진 예술인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7월에 울산에서 개인전이 열려요. 8월에는 서울에서 2인전도 열리고요. 그때까지 작품들을 건강하게 작업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예요. 장기적으로는 걱정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거든요. 다른 요인으로 그림을 중단하는 일 없이 무탈하게 그림을 오래 그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