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1장

오늘

오늘날의 문화예술 :
예술, 일상이 되다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

오늘날의 문화예술 : 예술, 일상이 되다

예술(藝術, Art)의 정의는 사전 속에서도 ‘아름다움’, ‘표현’, ‘창조’, ‘목적’, ‘모든’ 등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말들로 채워져 있다. 그만큼 예술이란 말이 시대와 공간, 개인이나 공동체의 특성에 따라 그 기준과 평가가 달라지는 모호한 표현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예술을 정의함에 있어 거대한 흐름이란 것은 존재해왔고, 그 속에서 과거와 오늘날의 예술을 가르는 커다란 터닝포인트는 있었다. 바로 ‘대중’이다.

누구나 만들고 누구든 소비할 수 있는 예술
누구나 만들고 누구든 소비할 수 있는 예술

바야흐로 밈의 시대다. 본래 밈(meme)이란 문화 요소들이 가지는 복제적 특징을 유전자(gene)에 빗댄 표현이었지만 오늘날 흔히 말하는 밈은 인터넷에 떠도는 재미있는 이미지나 영상 등 일반 대중들에게 두루 향유되는 모방 문화를 의미한다. 유아 캐릭터 루피의 다양한 세대 초월변주, 가수 비의 ‘깡’ 패러디물, SNS의 각종 챌린지 등이 대표적인 밈에 해당한다. 누구나 예술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밈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자 대중 예술 행위로 작동한다.
예술을 소비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밈 뿐만 아니라 온라인의 다양한 문화예술 플랫폼은 누구에게나 로그인을 허락한다. 음악을 원하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전시 예술을 원하면 전시 플랫폼을, 영화나 드라마를 원하면 OTT 플랫폼을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세상 모든 예술적 장르와 취향이 한데 모여 있는 비디오 플랫폼, 유튜브도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가닿을 수 있는 오늘의 문화예술은 과거의 높은 진입 장벽을 허물고 어느덧 우리의 삶 가까이 다가와 일상이 되었다.

경계 없이 소통하는 다채로운 예술의 장
경계 없이 소통하는 다채로운 예술의 장

문화예술을 일상으로 키운 건 8할이 인터넷이다. 포노 사피엔스*들에게 온라인은 또 다른 삶의 장이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온라인 소통 창구에서 밈으로 놀고, 문화예술 콘텐츠를 향유한다. 좋아요, 구독, 댓글, 팔로우 등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개인들은 연결되고, 이 콘텐츠의 생산자가 저 콘텐츠에선 소비자가 되며 호혜적 교류를 형성한다. ‘알고리즘’이라는 기록 기반의 거대 콘텐츠 공급책과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소통의 확장을 강요받기도 한다. 그야말로 물리적 공간을 초월한 소통의 장이자 도구로서 문화예술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매너(행동양식)는 사람을 만들고, 공간은 매너를 만든다.
특정 공간에서 특정한 격식을 갖추어야만 문화예술을 접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문화예술은 다양한 공간과 형식 속에서 자유롭게 펼쳐진다. 가상의 온라인은 물론이거니와 현실의 길거리, 공원, 지하철역, 시장, 산, 들, 바다, 하늘 등 장소 불문 예술을 선보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시장이 되고 공연장이 된다. 예술이 삶에 가까워지자 이를 만나는 공간 또한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 사용을 통해 사고하는 현대인을 가리키는 말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예술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예술

AI(인공지능)라는 괴물이 나타났다.
인간의 바둑을 대체한 AI 알파고가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이젠 생성형인공지능(Generative AI) 이란것이 나타나 인간을 대신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높은 디테일과 기술력에 대한 감탄에 앞서 인간 고유의 영역인 ‘창작’, 즉 문화예술 분야까지 기계가 잠식하는 것은 아닌지 탄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다 정말 인간들의 예술은 사라지게 되는 걸까? 특권이란 장벽을 깨고 모두의 일상이 된 지금의 예술이 앞으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일까?
‘신(新) 르네상스’라는 말이 있다.
14~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 혁신 운동 ‘르네상스’가 중세의 기독교 중심의 세계관을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바꾸어 냈듯, 오늘날 초고도 정보통신기술과 자본주의 중심 사회에서 결국 문화예술은 인간 중심으로 재현될 것임을 전망하며 등장한 표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예술은 자유를 지향하고 억압에 저항해왔다. 이것이 인간이 창조하는 문화예술의 본질이다. 인간을 넘어서기 위한 예술이 나타나면 인간은 그것을 넘어서는 예술을 하고 말 것이다. 기술을 창조한 것도, 그를 통한 새로운 예술을 창조한 것도, 그로부터 탈피한 예술을 창조하려는 것도 모두 사람의 손에서 비롯된다. 사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