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 빵지순례

만개의 빛(光) _ 공간과 생활문화

비 갠 달서에 피어난 쉼표, 웃음으로 채워진 이틀

2025 희망달서 대축제 현장 스케치

비가 내렸다 갠 10월 18일 토요일 오후, 달서아트센터 일원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촉촉한 공기 속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잔디밭을 가득 채웠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쉼표(,)’.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춤과 여유를 선사하는 시간이 되었다.어울림광장에서는 ‘달서 갓 탤런트’ 무대가 열려 시민 참가자들의 노래가 축제장의 배경음악이 되었다.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며 체험 부스를 돌고 이벤트에 참여했다. 장기동의 박채빈(9) 어린이는 “룰렛, 뽑기, 쫀득쿠키 만들기를 해 봤는데 재미있었어요. 제가 만든 쿠키를 가족들과 먹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달서창작마당의 키링·테라리움 만들기, 아로마 방향제와 타로 체험, 달서 9경 드로잉, 솔숲 피크닉존의 버스킹과 마술 공연까지 축제장은 하루 종일 여유로웠다.

2025 희망달서 대축제 현장 스케치

이튿날인 19일에는 ‘달서 다문화 축제’가 이어졌다. 세계 리듬 퍼레이드와 컬러풀 어린이 패션쇼, 다양한 예술공연이 무대를 채웠고, DSAC 특별기획전 ‘채집된 생명: 포착된 진화’, 오목 로봇 대결 등 전시·체험 프로그램이 시민의 발길을 붙잡았다. 잠시 멈춘 쉼표 속에서 사람들은 웃고 만들고 노래하며 달서의 가을을 채워갔다.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찬 광장

빵이 이야기가 되는 순간
‘달달 파티쉐 페스타’

달서아트센터 어울림광장에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가 번졌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 향을 따라 자연스럽게 모였다. 올해 희망달서 대축제에서 처음 선보인 ‘달달 파티쉐 페스타’. 오월의 아침, 디저트에이치, 빵장수, 명덕빵앗간, 피피넛, 크로와상베이커리, 밀밭베이커리, 섬섬밀밀, 미랑시에, 미구제과, 송화 잔기지떡 등 대구와 경산의 인기 베이커리 10여 곳이 한자리에 모여 달콤한 향연을 펼쳤다.
‘오월의 아침’은 특별한 빵을 들고 왔다. 2만 년 전 선사시대 유적지인 달서구의 역사와 연결해 개발한 ‘달토기빵’과 ‘황금은행빵’. 대구 최초이자 유일하게 지역의 역사를 빵에 담았다. ‘피피넛’은 국산 땅콩 100%를 초미세 저온 그라인딩 공법으로 갈아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한 ‘진짜넛버터’를 선보였고, ‘미랑시에’는 누룽지와 누네띠네, ‘미구제과’는 수건케이크와 대왕크림모찌, 찹쌀떡소금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디저트에이치는 전국 최초로 선보인 치즈크래커 머랭쿠키와 솜사탕 등 달콤한 맛으로 유혹했다. 그날의 광장은 그야말로 ‘빵 하나에 담긴 지역의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저마다의 맛, 저마다의 이야기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째 일어선 사람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째 일어선 사람

대구의 성심당 ‘빵장수’ 박기태 명장

행사장에서 가장 긴 줄이 늘어선 곳. 하얀 가운을 입은 한 남자가 직접 빵을 시식판에 자르며 사람들에게 건네고 있었다. 대구시 제과제빵 38호 명장이자 ‘대구의 성심당’으로 불리는 빵장수 박기태 명장(54). 그의 이름은 이미 지역에서는 전설처럼 회자된다. 15살에 제과제빵의 길에 들어선 그는 스무 살에 달서구 감삼동에 첫 가게 ‘베테라 베이커리’를 열었지만 쓴 실패를 맛봤다. 그 후에도 여섯 번 넘어졌고, 일곱 번의 실패 끝에 여덟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는 본점(달서구 송현동)을 비롯해 직영점 6곳, 가맹점 50곳을 운영하며 125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직영점 하루 매출은 2천만 원, 주말에는 3천만 원을 넘긴다. “크림, 버터, 우유.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쓰되, 가성비 높은 빵을 만들자는 게 제 철칙입니다.”
그는 합성재료 대신 천연 효모 활성화를 사용해 건강한 빵을 만든다. “먹어도 신물이 나지 않는다”는 손님들의 말처럼 정직한 재료는 그의 자부심이다. 대량 제조·대량 판매로 가격을 낮추는 방식 덕분에 최근엔 5만 3천 원짜리 케이크를 2만 3천 원에 판매, 하루에 100개씩 팔리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날 그는 마늘크림바게트, 단팥빵, 꽈배기 등 가장 많은 종류의 빵을 준비했고, 직접 시식 행사를 진행하며 시민들과 소통했다.
“맥주 한 잔 마시면 아이디어가 샘솟아요. 빵 만드는 일이 아직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그의 흰 가운은 그날 누구보다 눈부셨다. 일곱 번 넘어진 사람이 여덟 번째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그가 ‘빵 굽는 일’을 포기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맛의 주인공들

크로와상베이커리

제과 기능장 서종팔 대표(52)가 운영하는 서구 평리동의 대표 베이커리. 소금빵, 아기궁뎅이빵, 크림빵 3가지로 참가했다. 서글서글한 인상처럼 시식빵도 큼직했다. 부드러운 맛에 자연스레 빠져들었고, 시간이 지나도 질기지 않는 소금빵이 특히 인기였다.

명덕빵앗간

권영준 대표(40)가 운영하는 명덕빵앗간. 남구 대명동 본점을 시작으로 동대구점, 영대병원점, 범어점으로 영역을 넓혔다. 창업 5년 만에 대구 대표 빵집 중 한 곳으로 우뚝 섰다. 밤이 듬뿍 든 밤식빵, 옛날빵, 샌드위치. 하루에 밀가루만 100kg을 쓴다. 팔리는 빵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섬섬밀밀

경북 경산 진량읍의 대형 베이커리 카페 섬섬밀밀. 인도네시아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친 뒤 고향인 경산 하양으로 돌아온 김단비 대표(30)는 인도네시아 화산에서 영감을 받아 ‘활화산빵’을 만들었다. 경산 특산물 대추를 활용한 ‘대추식빵’과 대추 액기스를 넣은 주비초코파이도 선보였다.

송화 잔기지떡

달성군 다사읍의 송화 잔기지떡. 안경숙 대표(47)는 떡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100% 국산 일품쌀과 17시간 발효로 만든 전통 발효떡. 부드러우면서 쫀득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백미 잔기지떡과 옥수수 농축액을 넣은 옥수수 잔기지떡, 두 가지 모두 인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