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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도의 화려한 변신
아트컴퍼니 <소묘> 대표 백창하
<소묘>는 예술 활동을 통해 무대 위의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기 위해 만든 극단으로 창작뮤지컬과 연극, 밴드컬, 넌버블 공연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공연 활동으로 지역의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극본과 연출과 제작 등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소묘>의 백창하 대표를 만나 그동안 <소묘>와 백 대표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활동계획 등을 들어봤다.
백창하 대표의 주요 작품 이력
- 뮤지컬
「별」 작 / 연출, 「옹고집전」 극작, 「Nothing Changed」 연출, 「PLAYIST 2nd」 연출, 「꽃이 피고 비가 내리면」 연출, 「샤이니 데이즈」 연출, 「오므라이스」 제작 - 연극
「술 권하는 사회」 연출, 「애자」 작 / 연출, 「PLAYIST 1st」 제작, 연극 「Secret」 연출, 「사라진 신부는 어디로 갔을까」 연출 - 음악극
「서침 – 마음으로 지은」 연출, 「옹고집전」 극작, 「애자」 연출, 밴드컬 「우주」 제작
극단 이름 <소묘>는 어떤 의미고, 또 언제 창립했나?
말 그대로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다. 동시대에 일어나는 어떤 일들을 작품으로 무대에서 그려보자는 취지로 지었다. 2015년에 주변에 같이 활동하는 동료들 몇 명과 함께 창립했다.
30대 초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 연극이나 뮤지컬을 시작했고,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1990년생으로 올해 32살이다. 학생 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군대 전역하고 23살 때 ‘노래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을까, 뮤지컬을 하면 노래도 부르겠지’라는 생각에 친구들과 재미삼아 오디션에 참가했고, 뮤지컬 전문 극단의 워크숍 단원으로 시작했다. 그 이후 프리랜서로 연극과 뮤지컬 등 배우로 활동하게 됐고, 지금은 극본을 쓰고, 연출을 주로 하고 있다.
음악이나 연기를 전공했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완전 비전공자다.
2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극단을 창단했다. 보통 그 나이에는 극단이나 기획사 등에 소속돼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직접 극단을 창단한 계기는?
2014년 즈음, 딤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참가작 공연과 동성로에서 로맨틱 코미디 공연을 매일 했었다. 장기 공연을 계속하다 보니까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치게 됐다. 그래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부모님께서는 전공을 살려 취직하기를 바라셨고, 부모님의 바람과 내 개인적인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무작정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취업준비를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 누군가가 읽어줘야 하는데, 할 수 없이 같이 일했던 배우나 연출자, 기획자 등 선후배들에게 리뷰를 부탁했고, 그런 만남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극단을 창단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글을 쓴다는 의미는 극본을 쓴다는 의미인데, 비전공자로서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실력을 키울 수 있었나? 그리고 처녀작 공연은 무엇이며, 언제 무대에 올렸나?
극본이나 대본과 관련된 도서를 수십 권 읽었고, 기존에 나와 있는 연극 대본이나 시나리오 등을 보면서 혼자 글을 썼다. 쓴 글은 주변의 선후배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했고, 수정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쓸수록 주변의 반응도 좋아졌다. 극본을 써서 맨 처음 올린 작품은 「애자」다. 김광석 거리의 일련의 사건에 영감을 얻어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다룬 내용으로 2017년 처음 무대에 올렸다.
지금까지 몇 작품 정도 써서 무대에 올렸고, 그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해마다 1~2개씩 10여 개 이상 무대에 올린 것 같다. 역시 처녀작이었던 「애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애자」가 처음 무대에 올려진 날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의 감정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관객들의 작은 반응 하나하나에 내 모든 세포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해냈구나’라는 안도감과 성취감에 들떠 있었던 것 같다.
뮤지컬은 연기를 위한 대본 외에도 노래를 위한 가사도 필요한데 가사도 직접 쓰나?
직접 쓴다. 내가 가사를 쓰면 같이 작업하는 멤버들 중에 작곡자가 곡을 붙인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고, 앞으로의 계획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현재를 사는 관객들이 공감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 고전도 현 시대적 상황에 맞게 새롭게 각색했을 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무대에 올렸던 연극 「술 권하는 사회」 같은 경우,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단면을 그리고 있지만 연극 「술 권하는 사회」는 현시대 청년과 장년들이 마주한 사회문제와 개인의 갈등을 주제로 다루었기에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
교육청이나 구청 등과 연계해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뮤지컬이나 연극 등을 배우고 직접 작품을 만들어 공연까지 체험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또 다문화가정(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지만) 어린이와 일반가정의 어린이가 함께 어우러져 뮤지컬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끝으로, 연극이나 뮤지컬 배우, 연출자 등 이 분야로 진출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요즘은 노래도 잘하고 잘생긴 배우들이 너무 많다. 그런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배우라야 연기에 진정성이 묻어난다고 생각한다. 수십, 수백 년 전 작품의 시대적 배경, 인물의 특성 등을 제대로 이해했을 때 연기도 빛이 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해보고 판단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작은 연기의 경험이 축적돼 큰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