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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로 기후위기 대응하기

글. ㈜그린임팩트 대표 정헌영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Social)와 지구 환경(Environmental)이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대로 계속 살아가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이제는 그 임계점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내용의 본질적인 부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사회와 기후 위기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Sustainable Event Management)는 우리가 진행하려고 하는 행사(축제, 박람회, 전시회, 공연, 올림픽, 플리마켓 등)에서 발생가능한 지속가능성 이슈(사회적, 환경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사전에 발견해 이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운영방식을 말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Sustain + Ability)은 여러 정의가 있지만, Meegan Jones 교수가 언급한 “견딜 수 있는 능력(Capacity to Endure)”이라는 개념을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한다.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시스템)는 2012년부터 ISO(국제표준화기구)에서 시행된 인증제도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시작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적용되었다(동계올림픽 최초 ISO20121 인증). 올해는 한국관광공사와 제주컨벤션뷰로도 인증받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림 1> ISO20121과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 가이드라인 주요 체계

(출처) https://pvimc.com/iso-201212012

ISO20121(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시스템, Event Sustainability Management System) 인증은 다른 ISO 인증처럼 조직운영에 체계적으로 적용되는 구조(Plan / 계획, Do / 실행, Check / 점검, Act / 개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시스템(System)이라고 하는 부분은 단발성 이슈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체계에 내재돼 있어 일상에서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문화예술 조직에서 산업 분야에 적용하는 ISO 인증체계를 적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큰 맥락을 유지하고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체계를 재정리해 보았다<그림 1>.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를 위한 가이드라인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 가이드라인의 주요 진행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행사의 최고책임자가 지속가능성 추진방침을 표명한다.
행사(축제, 박람회 등)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작 및 운영하겠다고 행사조직의 최고책임자가 선포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실천선언문 같은 것을 만들어 조직구성원 모두가 함께 동참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리더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리더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예산도 확보할 수 없고 실제 제작 및 운영 과정의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다.

둘째, 진행하려고 하는 행사와 관련된 지속가능성 이슈를 모두 찾아본다.
담당자들이 모여 무작위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정리된 유형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도출한다. 지속가능성 이슈들을 찾으려면 행사와 관련된 모든 계획서를 검토해야 한다. 행사추진계획서, 세부계획서, 현장운영계획서, 안전매뉴얼 등 관련된 자료는 최대한 검토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전시회나 공연, 소규모 행사는 비교적 적은 이슈가 나오지만 야외 장소와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행사에는 수백 개 이상의 이슈가 나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 없다를 미리 판단하고 이슈들을 누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지속가능성 이슈의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모든 이슈들을 찾아야 한다.

셋째, 발견한 이슈 중에서 실제로 도전하고 해결할 이슈를 선정한다.
조직 내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실현가능성, 예산, 역량 등)과 외부 이해관계자의 관심도(영향력, 언론관심, 상급기관 평가지표 등)를 고려해 선정한다. 특정한 한두 명이 의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여러 사람(조직책임자, 실무책임자, 담당자, 협력 · 지원관계자 등)이 참여해 선정하게 되면 실제 추진과정에서 실행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처음 시도한다면 10 ~ 20개 정도의 이슈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선정해 성공보다 실패 경험이 더 많아지게 되면 조직은 실효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담당자도 지치게 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중요한 이슈와 실행가능한 이슈가 충돌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실행가능한 이슈를 먼저 선정하기를 권한다.

넷째, 선정한 이슈들을 현장에서 실제로 잘 해결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한다.
선정한 이슈들을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실행되지 않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실제로 실행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선정한 이슈와 관련해 모니터링을 한다는 것을 공지하고 실제로 해당 이슈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이슈별 모니터링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참조 <표 1>).

다섯째, 주요 성과를 도출해서 공(功)은 알리고, 과(過)는 성찰의 계기로 삼는다.
모니터링하고 난 후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좋은 결과들은 정리해서 외부에 잘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은 외부에 공유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한 후 진행한다. 원래 공신력 있는 지속가능 보고서 영역에서는 공과(攻過)를 모두 공개하라고 되어 있다. 뭔가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에는 Push하는 방식보다 Pull의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면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가 만들어진 취지도 한 곳이 잘한 것을 다른 곳도 잘 모방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어떤 곳이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잘하는 면을 발견한다면 적극적으로 알리고 지원해주면 좋겠다.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가 보편적인 용어가 되길 바라며…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가 잘 적용되려면 무엇보다 담당자가 이 분야에 대한 진정성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일종의 사회적 책임감을 갖지 않으면 실천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먼저 기후변화와 기후위기, ESG, 순환경제, 지속가능발전목표 등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을 숙지하고 현장에서 실천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과 잘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몇몇의 사람들 또는 몇몇 기관이나 지자체가 모든 지속가능성 이슈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 다양한 주체들이 지속적인 논의와 협력을 해야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 분야에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간의 연결이 중요하며 다음으로 조직과 기술이 연결되고, 뒤이어 정책과 지원들이 일관적으로 개선돼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하고 실행하기보다는 부족하지만 한두 개의 이슈로 시작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어느새 체계가 만들어지고 좋은 성과들도 쌓일 것이라고 본다. 모두가 현장의 지속가능성 실천가로!

<표 1> 지속가능성 이슈별 모니터링 체크리스트(일부 샘플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