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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문화예술 분야의 친환경 정책 현황과 과제

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장 훈
문화예술에서 친환경적 관점(eco-friendly perspectives)의 필요성

환경문제 및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문화예술 분야도 환경과 기후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이런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도대체 문화와 예술이 기후변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고.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이용한 대량 생산체계는 막대한 자연자원의 소비와 폐기물의 배출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기후환경 변화, 자연환경 오염과 파괴, 질병 확산 등의 문제가 야기됐다. 결국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이슈는 인간의 행위이자 ‘삶의 방식(way of life)’, 즉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이러한 환경 이슈가 과학적 조치만이 아닌 ‘문화적 전환’을 성취할 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광의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 및 소비활동으로 인해 ‘탄소’와 ‘폐기물’이 배출되고 자연 및 생활환경이 훼손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는 2012년부터 800여 개의 협력 기관과 함께 환경프로그램(Environmental Programme)을 운영하면서 예술 활동에서의 환경적 관점을 제공하고 실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2016년 발효된 ‘유엔(UN)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에서 강조하고 있는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고려할 때, 다양한 형태의 유 · 무형 자원을 소비하는 문화예술에서도 이러한 관점과 정책 도입, 실천적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예술 분야 친환경 정책현황

문화예술 분야는 제조업이나 광공업 등과 달리 직접적이고 공격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공연 · 전시 및 기타 문화서비스 제공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고 다량의 폐기물을 방출하고 있다. 때문에 문화예술 분야도 기후환경변화 등 환경 이슈에 더 이상 ‘무풍지대’가 아니다.

<표 1> 국내 문화예술 관련 주요 계획 및 정책과 주요 환경정책 영역 연계

자료 : 노영순, 장훈, 김규원(2021).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환경정책기본법에서 제시하는 주요 환경정책 영역에 문화예술 관련 주요 계획 및 정책에서 제시한 ‘환경’ 관련 내용을 연계하여 분석하면 위 표와 같다. 현재 국내 정책 영역에서는 기후변화 대응(문화기관 및 시설, 주요 이벤트 등의 탄소 저감 및 에너지 관리)과 문화예술 창작활동 및 교육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및 협력체계 구축 등 기타 영역이 가장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 외 폐기물 처리 및 자원 재활용 등의 자원순환, 자연환경 보전 등도 정책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국토 · 해양 · 대기환경 보전의 경우, 도시 유휴시설의 문화예술적 활용, 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공간 조성 등이 주요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친환경 인식

문화예술 분야에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요 이해관계자인 시민, 문화시설, 예술인 등의 친환경 인식 및 실천 여건을 살피는 것이 중요한데 노영순, 장훈, 김규원(2021)의 연구에서 시민과 문화시설의 친환경 인식 및 실태를 파악하였고, 이는 문화 분야 친환경 정책 추진 시 고려해야 할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결과 공공문화예술 소비자의 56.6%는 환경과 문화가 관련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함에 있어서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7%로 4가지 문항 중 가장 높게 나타났고, 문화예술이 국가 전체의 친환경 전환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7.8%였다. 또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는 문화예술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응답도 64%였다.

<그림 1> 문화 향유자의 문화와 환경의 관련성 인식

자료 : 노영순, 장훈, 김규원(2021).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동 연구에서 문화 향유 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적 행동은 ‘전기 혹은 물 절약’이 82.1%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도보 및 대중교통 이용(80.3%)’, ‘일회용품 미사용(7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친환경 문화 프로그램 참여’는 58.1%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그림 2> 친환경적 문화서비스 이용 실천 가능성

자료 : 노영순, 장훈, 김규원(2021).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문화서비스 기관의 ‘문화예술과 환경 부문 간의 관련성’에 대해 70.6%가 관련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문화예술 분야의 친환경 노력’은 76%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으며 ‘국가의 친환경 전환을 위해 문화예술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69.1%, ‘기후변화 등이 문화예술 활동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은 76.7%로 나타났다.

<그림 3> 문화기관의 문화예술과 환경 부문과의 관련성 인식

자료 : 노영순, 장훈, 김규원(2021).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문화서비스 기관의 친환경 실천 영역별 중요성을 종합해 보면 ‘전기, 물 등의 낭비를 피할 수 있는 방법 강구’가 73.2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쓰레기 배출 관리에 대한 노력(73.1점)’, ‘수질오염을 피하기 위한 노력(72.0점)’, ‘직원의 친환경 의식 향상 노력(71.7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주제의 공연, 전시,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는 67.3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는 아니었다.

<그림 4> 문화기관의 친환경 실천 영역 중요성 인식

자료 : 노영순, 장훈, 김규원(2021).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문화예술 분야의 ‘친환경’ 관점

문화예술에 있어서 ‘친환경적 관점’이란 ‘문화예술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할 때 환경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기후변화 등 위해(危害)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과 관련된 일련 행위와 과정을 친환경의 관리 ‘대상’만으로 한정하는 것은 단편적인 접근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이슈는 인간의 생활방식, 즉 광의적 의미의 문화에서 비롯되었으므로 환경 이슈의 해결과 친환경성의 확보는 ‘문화’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화예술은 환경 이슈를 보다 쉽게 인지시키고, 이를 통해 시민참여와 연대를 촉발하는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에 있어 또 다른 ‘친환경적 관점’은 ‘환경 이슈에 관한 소통과 해결, 연대의 동인(driver)으로서 문화예술을 인정하고, 문화와 환경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표 2> 문화예술에 있어 친환경적 관점

자료 : 노영순, 장훈, 김규원(2021).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문화예술 분야의 ‘친환경’ 정책 방향

환경문제, 인구문제와 같이 예정된 외부변수에 대응하는 정책적 전략은 저감과 적응의 방향성을 갖는다. 저감(mitigation)은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를 완화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사항과 관련되고, 적응(adaptation)은 문화예술 분야가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일반적으로 저감은 규제 등을 통해 물리적 방식의 원인행위 저감을, 적응은 인식과 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먼저 가진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면 적응과 완화전략을 병행하되 단기적으로는 완화전략을 사용하고, 중장기적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진행되고 있는 이상 기후 등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행동양식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동의한다면, 국내 문화예술 분야 친환경 정책의 큰 방향성은 적응과 완화에서 출발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라 생각된다.

<표 3> 문화예술 분야의 친환경적 적응 및 완화전략(예시)

자료 : 장훈(2021). 친환경 관점을 적용한 문화예술의 새로운 지평. 웹진 문화관광(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1. 11.

기후변화 대응의 문제는 문화정책에도 일정 부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미 정책적 압박을 느끼고 있지만 문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영역에 아직까지 환경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탓이다. 문화정책 영역에서 친환경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현장의 목소리로부터 시작하자. 이미 앞선 국가들에서는 문화예술 분야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지침 가이드 등이 개발되는 등 친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 친환경적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문화 분야의 목표설정, 모니터링 체계 마련 등도 시급하다.
환경 이슈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은 높지만 개인적인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전환하거나 정책 방향을 전반적으로 혁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저항과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개인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환경 분야에서도 이제 시민 공감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문화’의 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감성적, 창의적 그리고 소통의 역할을 통해 친환경 전환에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러한 부분이 앞으로 중요한 정책 방향이 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노영순(2017). UN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와 문화정책의 대응 방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노영순, 장훈, 김규원(2021).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장훈(2021). 친환경 관점을 적용한 문화예술의 새로운 지평. 웹진 문화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