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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기획특집

제3차 생각나눔포럼

‘모든 것은 변한다’는 이 말 외에 모든 것은 변한다고 했던가. 최소한 이 지구상에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도태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변화는 생존전략이며, 생명력 그 자체다. 몇 년 전 시작된 코로나19는 인간 삶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지역을 홍보하고 공동체 구성원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축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강력한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대부분의 축제가 자취를 감췄고, 몇몇은 모니터 속으로 들어갔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물론이고 어떠한 난관에 부딪혀도 ‘공동체의 가치를 보존하고,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축제’를 마련하기 위해 달서문화재단은 지난 5월 20일 달서아트센터 와룡홀에서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속가능한 축제’를 위한 제3차 생각나눔포럼을 개최했다.

윤성진
한국문화기획학교 교장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한 도시축제의 발전 방향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폐지되거나 취소 혹은 축소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코로나19 이후에 이전의 축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가와 함께 축제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축제는 원래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한 지역의 문화적 총체를 발견할 수 있는 현대적 제의(祭儀)라고 할 수 있다. 축제 안에는 전통 사회에서 축제가 가졌던 제의적, 기원적 성격이 프로그램으로 녹아 있다. 소원문을 써서 비는 것과 3천 명이 같이 비빔밥을 비벼 먹는 것 등이 그 예다. 또 축제는 지역 문화 생태계를 지키는 토양이고, 문화의 숲을 지키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축제가 잘 만들어진 지역은 그 축제로 인해 지역 문화 생태계가 조성되고 번창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축제를 지켜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코로나19, 기후위기, 4차 산업혁명, 인구감소 등 축제의 전환기 맞아
축제는 살아있는 문화 유축으로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성장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는 지켜줘야 한다. 하지만 축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녹록치 않다. 주 4일 근무제 도입 논의와 코로나 블루로 인한 정서적 단절감, 문화산업 분야의 빠른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절감, ESG 경영확산, 인구감소로 인한 문제 등이 축제 현장에서 고민해야 될 과제들이다. 축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의 변화와 함께 축제의 추진방식도 행정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문가에서 시민 중심으로, 거버넌스형으로 바뀌고 있다. 예술가 중심이 아닌 일상과 연계된 생활문화 중심의 축제로 전환되고, 디지털을 품은 뉴노멀, 온 · 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축제가 확대되고 있다. 재원조성은 고향세,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다양화되고,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으로, 사업보다는 인프라 지원으로 지원방식도 바뀌고 있다. 이외에도 전 지구적 관심사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노력과 연대가 일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형 축제로 전환해야
축제가 긴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미래형 축제로 전환돼야 한다. 미래형 축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선도적 가치를 문화 활동으로 구현해 지역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스스로의 미래를 열어가도록 돕는 축제를 말한다. 미래형 축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의 강화 ▲본질적 가치의 회복 ▲ 공동체 가치와 정서적 관계의 중요성 확인 ▲디지털화로 인한 상실된 관계성의 극복 ▲전 지구적 선도 과제의 실천과 습득 ▲축제 생태계를 선도하는 지역 문화와 예술 생태계 구현 등이 수반돼야 한다. ▲친환경 에코 페스티벌 ▲시민주권형 지역 축제 ▲디지털 전환과 메타버스를 반영한 하이브리드형 축제 ▲취향 공동체의 미니 페스티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전환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활용을 위한 연구와 축제 인식 전환을 위한 학습, 네트워크의 확장과 연대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축제들을 지속가능한 축제로 만들어가야 간다. 또 국제적인 정보 소통을 통한 과학적 수요 파악도 현재 도시 축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 요구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조영선
문화기획 아로리 대표

도심 거리예술축제의 새로운 도전

– 서울 거리예술축제를 중심으로

거리예술은 전통적인 예술의 특성을 뛰어넘는 복합적인 장르로서 고유의 미학적인 측면과 공간과의 관계를 통한 작품의 구현이라는 특징을 지닌 예술의 유형이다. 도로나 공원, 광장 등 야외에서 행해지며 대중에게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도 특징이다.
서울의 거리예술축제는 2003년 ‘하이 서울 페스티벌’로 시작해 올해로 20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빠짐없이 진행돼 왔다. 처음 시민문화형 축제(2003 ~ 2007년) 형태로 시작해 궁(宮) 축제(2009), 시민참여형 넌버벌 공연예술축제(2010 ~ 2012년)를 거쳐 2013년부터 거리예술축제로 진행되고 있다. 거리예술축제도 2018년까지는 주로 서울광장과 광화문, 세종대로 등 서울 중심부의 대표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대형 공연 등을 진행해 왔다면 2019년 이후부터는 도시와 공간을 재해석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다.

중심에서 외곽으로 공간성의 확장
서울의 거리예술축제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와 함께하는 거리예술을 모토로 하고 있고, 공간성을 큰 미션으로 두고 있다.
2018년까지는 주로 서울광장과 광화문, 세종대로 등 서울 중심부에서 공연과 퍼레이드 등을 진행해 왔다. 전통적인 조형과 역사성 등을 배경으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2019년부터는 광장의 중심부를 공연 무대로 내주고, 관객은 가장자리를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시민들이 중심에 들어와 직접 참여하는 광장의 점유 방식도 새롭게 시도해 왔다. 또 서울 중심부가 아닌 창신동이나 문래동, 노들섬 등 중심 이면의 공간들과 도심 속 여러 스폿을 무대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분산형 축제를 통해 사람과 동네, 거리를 재발견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거리축제의 지향점과 고민
광장과 거리는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연대와 공감 등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거리예술축제는 사회적인 공감과 사회와 시대에 유효한 질문과 고민이 투영돼야 하며 시민들이 그리는 축제의 상(像)과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수의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광장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사라져가는 공간과 장소의 재발견, 고찰도 진행돼야 한다. 또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시민, 시민과 시민 등의 적정한 거리를 고민하고, 새로운 관객을 발굴하고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용석
감독

주민주도형 도시브랜딩 축제

– 인천시 연수구 연수℃ 페스타 중심으로

정체성 유지하고, 10년 이상 꾸준히 진행해야
국내에서 지역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축제로는 함평의 나비축제와 보령의 머드축제를 들 수 있다. 함평 하면 누구나 나비축제를 떠올리고, 함평군의 쌀 브랜드인 나비쌀은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쌀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좋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보령 머드축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축제로 소개되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나 보령 머드축제가 전 국민에게 지역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까지는 10년 이상 걸렸다. 해마다 전국에서 수많은 축제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곤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축제를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주민주도형 축제여야 정체성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어
하나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바뀌는 담당 공무원과 대행사가 주도하는 축제가 아닌 그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축제여야 한다.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도해 나간다면 주민들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정체성을 계속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지역의 자원들을 활용해 변별력 있는 프로그램들이 주가 되는 축제가 된다면 연예인 의존도는 약해지고 차별성과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5개월에 걸쳐 시민기획자 교육 등을 통해 다양한 주민주도형 축제 진행
인천시 연수구는 기존 축제에 대한 인식이나 지명도, 만족도 등이 기대에 못 미치자 지난해 주민들이 연수구 곳곳에서 자발적인 축제를 만들어가는 플랫폼형 ‘연수℃ 페스타’를 진행했다. 주민들이 직접 기획 · 실행까지 진행했고, 지역을 잘 아는 축제기획자문단과 전문가 그룹인 축제기획단이 주민들이 낸 좋은 아이디어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촉매자로서 지원했다. 사전에 50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축제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고, 이 가운데 20명이 실제 시민기획단이 돼 축제를 기획했다.
연수℃ 페스타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Festa의 알파벳순으로 약 5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F(Field)는 연수구의 인적자원과 공간의 특징을 파악, E(Engagement)는 축제의 주인공인 주민들을 교육하고 공모전을 추진하는 등 관계 맺기, S(Story)는 함께 축제를 상상하고 축제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 T(Target)는 축제의 주제와 콘셉트를 도출하고 역할 분담, A(Action)는 실질적인 역할분담과 실행계획 수립 등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축제의 주제를 알리는 개막 공연(범개댄스로 연수구의 관광지 등 소개)부터 장소 특화형 프로그램(능허대 등에서 이색 프로그램 진행), 행사장 연계형 프로그램(연수구 전반의 워킹 미션 등), 작은도서관 연계 프로그램(동화책 낭독, 테라스 공연 등 공원과 책, 사람이 어우러지는 힐링 프로그램) 등 주민들이 기획한 다양한 콘셉트의 축제들이 진행됐고, 축제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와 만족도는 높았다.

정헌영
(주)그린임팩트 대표

기후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축제

– 한강몽땅축제를 중심으로

3대 목표 설정해 5개 프로세스로 추진
책 Sustainable Event Management(지속가능한 이벤트의 관리)에는 야외에서 진행된 유럽의 모 축제에서 이동화장실을 이용한 후 대소변을 퇴비로 전환해 지역 농장에 나줘 주는 프로세스까지 소개돼 있다. 2013년에 시작된 ‘한강몽땅축제’는 한강을 무대로 시민과 예술가, 민간기업, 지자체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플랫폼형 도시문화축제다. 지난해에는 지속가능한 축제를 위해 ▲제로 웨이스트 ▲새로운 지속가능한 축제 모델 생성 ▲체계화된 시스템의 구축 등 크게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이들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추진방침 표명하기 ▲주요 이슈 평가하기 ▲목표 설정하기 ▲중요 단계 주목하기 ▲주요 성과 도출 및 공유하기 등 5가지 프로세스를 추진했다.

24개 실천 목표 설정… 철저한 모니터링 통한 점검, 백서 통해 공과(功過) 공유
한강몽땅축제의 경우 1차적으로 173개의 이슈를 뽑았고, 다시 55개로 추려서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24개 실천 목표를 설정해 진행했다. 이 과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슈들을 제기하고 함께 우선순위를 뽑는다면, 설령 본인이 낸 이슈가 아니더라도 지키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실천의지가 높아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말 실천 가능한가’와 ‘꼭 실천해야 할 중요한 과제인가’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속가능한 이벤트 관리를 위해 ‘한강 청년 코디네이터’라는 뉴딜사업을 통해 축제 교육을 받은 30 ~ 40명의 청년들을 기획자나 스태프로 적극 활용했다. 이들에게 사전에 지속가능성 이벤트 매니지먼트가 무엇이고, 왜 해야 되는지 등을 교육했다. 또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 팀원들이 현장에서 꼼꼼히 모니터링하도록 주지시켰다. 실제 행사에서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모니터링해야만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
몇 가지 실천 사례를 예로 들면 홍보물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했던 것을 여러 번 재활용했고, 행사 안내는 전단지나 리플릿 대신 전자적인 매체로 바꾸는 시도를 해 인쇄물로 인한 자원낭비를 최소화했다. 또 야외 축제에 사용되는 용기는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기를 시범적으로 활용했다.
축제 후에는 이슈의 선정 이유와 과정, 실천방법, 공과(功過) 등 축제의 전 과정을 가감 없이 정리한 백서를 발행해 공유했다.

토론 ‘지속가능한 지역 축제 개발을 위해 우리가 할 일’

발제 및 사례발표 이후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연구위원이 좌장으로 나서 포럼 발표자와 지역의 달성문화재단 김성수 문화정책실장, 행복북구문화재단 김병수 문화정책팀장, 수성문화재단 배은진 문화정책팀장과 함께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은 지역 문화재단 관계자의 발언과 질의를 듣고, 포럼 발표자가 의견과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시민기획자 양성이 중요

김성수
달성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축제를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해왔다. 달성문화재단은 지난 2년간 문화도시를 추진해 왔고, 지난해에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됐지만 아직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문화도시를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참여 등 많은 고민들을 했다. 축제 계획을 세우기 전에 교육을 통해 축제를 함께할 수 있는 주민들을 양성하는 방법을 먼저 계획하고, 그런 다음 교육을 통해 양성된 주민들과 함께 축제를 계획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은 기획이라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잘 풀어낸다면 참여하는 주민들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참여나 접객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기간을 길게 잡고 시민들을 믿고 촘촘한 계획을 짰을 때, 참여율도 높아지고 지속가능한 축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민이 행복한 축제라야 한다

김병수
행복북구문화재단 문화정책팀장

지자체에서 축제를 개최하는 이유는 지역 경제와 관광효과를 높이고, 지역의 고유한 문화원형 자원 홍보 및 특산물 판매를 위해서라고 한다. 행정기관의 시선이 그렇다면 축제가 아니라, 이벤트다. 축제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축제와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그것에 대한 포맷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주민이 즐겁고 행복한 축제여야 지속가능한 축제가 될 것이다. 2019년 대구시 청사 이전 이슈가 부각됐을 때, 모든 축제에서 신청사가 주인공이 돼버렸다. ‘주민들이 행복한 축제’는 설 자리가 없었다. 이러한 나쁜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지 않은 것은 지자체들이 연대해서 회피하고, 반대로 좋은 것은 연대해서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대구에서 새로운 모델들을 발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시민 추진단을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 축제 담당자 1명이 도맡아 하는 실정이다. 연수℃ 페스타나 서울의 축제에서 시민 추진단을 구성해 실행한 사례가 있으니, 방법 등에 대해 조언을 해주셨으면 한다. 그러면 우리도 지속가능한 축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주민 주도로 하되, 참여 주민이 또 다른 권력이 되는 것 경계해야

배은진
수성문화재단 문화정책팀장

수성구는 공연예술 축제인 수성못 페스티벌(가을)과 야외 빛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수성빛예술제(겨울)라는 두 가지 큰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수성빛예술제의 경우 전시하는 작품의 반 이상이 주민들의 작품이다. 지난 3년간 주민 참여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빛예술학교」 를 연중 상시 운영하고 있다. 축제의 생태계에서 자생력을 키우고,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의 역량을 축적시키기 위해서 축제에 참여했던 참여자들의 경험적 결과물들을 다음 축제에 활용하기 위한 학교다. 학교를 수료한 학생들을 추후 축제의 기획자로도 활용할 수 있는 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한다. 주민들이 축제 참여를 통해서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서 운영해 본 결과,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축제에 대한 첫걸음을 잘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를 거듭하면서 수성빛예술학교에 관여했던 분들이 또 다른 권력의 중심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약간의 우려가 있다. 또 상인들의 참여가 배타적이라 상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대한 고민이 있다.

사회자

행복북구문화재단을 비롯해 대부분 축제 담당자가 한 명 내지는 두 명밖에 안되니 축제를 진행하기 만만치가 않다. 그런 부분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면 답변 부탁드린다.

윤성진 교장

작은 축제학교는 시민 축제 교육을 한 20년 정도 해오고 있다. 처음 교육을 시작했을 때는 주민주도형 축제에 대한 생각 자체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사회단체나 학교, 전문가와 협업해서 교육을 진행하는 지역이 많이 늘었다. 은평누리축제 시민추진단은 10회 정도 교육과 토론 훈련을 받고, 주민 추진위원회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예산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까지 한정해서 진행했다. 진주시는 멘토링 형태로 주민들이 낸 기획안에 예산을 지원해 실행하는 훈련들을 통해서 작은 성취의 경험들을 만들어줬다. 일부의 시민들이 축제 기획에 참여했다고 해서 그것이 주민주도형 축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자기 프로젝트의 예산 주도권을 갖고 실행해 보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축적되는 과정이 지속돼야 한다. 적어도 3년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주민주도의 축제로 가기 위한 시민 교육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도 전문영역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사회자

축제 참여자가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 잡는 것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길 바란다.

조영선 대표

예술계나 문화 기획 분야에서도 특정 그룹이나 지역에서 누군가를 통하지 않으면 진입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한 고민은 늘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1차적으로는 시민 교육 모집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모집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다양한 층위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간에 긍정적인 견제가 생겨야만 극복할 수 있다. 또 목소리가 큰 주민들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목소리가 작은 주민들한테 좀 더 다가가는 노력들도 필요하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편안하고 좀 느슨한 활동들도 설계가 되어야만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민1

정헌영 대표께 질의하고 싶다. 축제의 여러 많은 특징 중에 하나가 과잉성이라고 생각한다. 일명 오버를 통해서 흥과 재미를 더한다. 그런데 지속가능한 축제는 절제와 억제 이런 것들이 수반된다. 과잉성과 억제성 간에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균형을 찾아가는지 궁금하다.

정헌영 대표

균형점 찾는 것은 항상 어려운 문제다.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라는 것은 축제가 원래 추구하려고 하는 부분들을 간섭하거나 뭔가 개입해서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운영적인 방식에 있어 사회적, 환경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들을 좀 줄여가자는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같이 참여해서 그런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하고, 도전해서 해결할 부분들을 우선순위를 뽑아서 도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자체단체장이 축제는 다 탄소중립으로 해라고 하면 불가능하다. 대신에 그런 지향점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쌓고 균형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2

조영선 대표께 여쭤보고 싶다. 2018년에는 시청 앞 광장을 무대로 굉장히 큰 공간에서 많은 인원들이 함께하는 임팩트가 있는 형식이었는데, 최근에는 논의를 통해서 여러 스폿으로 나눠서 다양성들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간 것 같다. 어떤 논의를 통해서 다양성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가게 됐는지, 그렇게 했을 때 장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영선 대표

대형 공연이 임팩트가 있지만 양면성이 있다. 준비 단계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광장을 점유해 나머지 어떤 행위나 공연들은 장소를 양보할 수밖에 없다. 기회비용이 많이 든다. 또 세종대로의 경우 길을 막고 정리하는 등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방식을 새로이 생각하게 됐고, 다른 것을 보여주는 형식을 찾아보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위험요소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오래 머물 수 있는 것은 그냥 일회성의 큰 공연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광장을 중심으로 조금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 한두 가지 정도를 진행하되, 바깥의 영역을 바라보는 프로그램들도 의도적으로 조금씩 배치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사회자

오늘 발제와 토론을 대표해서 윤성진 교장의 마무리 말씀을 듣도록 하겠다.

윤성진 교장

오늘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린다. 세계적인 축제인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는 해마다 약 6백5십만 명이 방문한다. 축제가 진행되는 16일 동안 6백5십만 명이 단 한 개의 일회용품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축제는 시민들이 습관을 만드는 중요한 캠페인의 공간이기도 하다. 축제가 어떤 시도들을 할 때, 시민들이 그것을 통해서 교육받아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 이런 시도들을 하는 곳들은 많이 있다. 또 주민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의문을 가지는데, 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축제 주민 추진위원회의 예산은 천억 원이나 된다. 그 가운데 축제 예산이 약 2백억 원이다. 2천 명의 자원활동가가 추첨을 통해서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 이들의 권력은 봉사하는 권력, 헌신하는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