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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문화예술

글.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오용석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다(No One Leave Behind).’ 2015년 유엔 제70차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슬로건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인류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2030년까지 인류가 달성해야 할 구체적 과제를 정리한 것이다. 빈곤 · 기아와 같은 사회문제와 일자리 · 산업혁신 등의 경제문제, 기후변화대응 · 생태계 보전과 같은 환경문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이행하는 도구로 거버넌스와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화는 11번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1)의 세부목표 11.4(Target 11.4)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언급된 내용은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 이다. 이 목표는 단지 11번 목표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는 하나의 활동 부문이기도 하고, 다른 부문에 걸쳐 경계를 초월해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도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에 문화예술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지구의 날 기념행사다. 지구의 날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지구환경 보전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시민생활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해상 기름유출 사고가 계기였다. 미국 상원의원 게이로 닐슨과 대학생이었던 데니스 헤이즈가 1970년 4월 22일 뉴욕에서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하고 대규모 집회를 추진한 것이 시작이다. 지구의 날 캠페인은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현재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환경축제이자 캠페인이 되었다.

한국은 1990년, 대구에서는 1991년 첫 지구의 날 행사가 열렸다. 1991년은 낙동강페놀오염사고가 발생했던 해다. 대구의 첫 지구의 날 행사는 오염된 강과 하늘을 살리기 위한 문화제 행사로 신천둔치에서 열렸다. 시민의 일상이 바뀌려면 문화적으로 시민생활에 스며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999년까지 신천뿐만 아니라 동인공원, 동성로 등에서 열린 지구의 날 행사는 다양한 환경문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환경노래를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부르고, 재활용 패션쇼를 개최해 폐기물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했다.

도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다

대구 지구의 날 행사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그린 아트팔트(Green Artphalt)와 버스킹 페스타다. 그린 아트팔트는 예술을 의미하는 ‘아트(art)’와 도로 포장재 ‘아스팔트(asphalt)’를 합친 말이다. 버스킹 페스타는 차 없는 거리에 덩그러니 남아있던 버스 정류장을 무대로 버스킹 공연을 하는 행사다.

2000년 지구의 날 행사는 획기적으로 전환되었다. 대구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환경문제의 핵심이 자동차라고 생각했다. 자동차화(motorization)는 과잉생산과 대량소비문화를 만들고, 엄청난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공기를 오염시킨다. 자동차는 시민들의 생활공간을 잠식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거리는 소통과 만남, 문화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 통과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자동차 중심의 거리는 우리 삶터를 다양성과 매력이 넘치는 공간과는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대구 도심부터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대구에서 가장 차량통행이 많고 교통 혼잡이 심했던 중앙로를 24시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지구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바로 그린 아트팔트(Green Artphalt)와 버스킹 페스타다. 그린 아트팔트는 예술을 의미하는 ‘아트(art)’와 도로 포장재 ‘아스팔트(asphalt)’를 합친 말이다. 버스킹 페스타는 차 없는 거리에 덩그러니 남아있던 버스 정류장을 무대로 버스킹 공연을 하는 행사다.

늘 자동차로 붐비던 도로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공간으로 변했다. 그린 아트팔트는 시민들이 도로로 내려와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었다. 자동차가 다니던 아스팔트 바닥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거나 환경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았다. 지역문화예술단체 인디053은 분필이 잘 부러지지 않게 직접 뭉툭한 분필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신나게 참여했다. 거리에서 늘 차를 피해 다니기만 하던 아이들은 도로를 거대한 검정 도화지로 생각한 것 같았다. 아이들과 부모, 친구와 연인들, 혹은 혼자서 차 없는 도로를 온 몸으로 즐겼다.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은 도로는 당연히 자동차가 운행하는 공간으로만 생각해 왔다. 문화예술은 도로에 대한 이런 생각을 뒤집고 도로에서 자동차를 밀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차 없는 거리는 예술가들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그린아트팔트에 참여한 어린이>

버스킹 페스타(BusKing Festa)는 차 없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환경문화축제로 버스정류장을 무대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주제로 한 창작곡 경연대회다. 해를 거듭하며 주제는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걷기와 자전거, 플라스틱 제로 등 다양하게 확장되었다. 전국의 문화공연 예술가들이 각자 창작한 곡을 들고 대구의 차 없는 거리 버스 정류장에 모여들었다. 개방된 거리에서 누구나 문화공연을 향유할 수 있는 포용적 예술의 장이 펼쳐졌다. 공연이 열리는 버스정류장 주변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빼곡하게 들어찬다. 바닥에 앉아 자유롭게 음악을 듣기도 하고 노래가 전달하는 환경 메시지에 집중하기도 한다. 환경단체들이 외치는 구호는 강렬하다. 버스킹 페스타에서 흘러나오는 메시지는 포근하게 시민들 속으로 스며든다. 따뜻한 햇볕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하는 이솝우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차 없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예술 행위들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친환경 공감대를 만들어낼 것이다. 시민 공감대는 더 많은 환경 정책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지와 실행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쉴 때 문화예술 지속가능성 담보

최근 가장 뜨거운 지속가능성 이슈는 단연 탄소중립이다.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탄소중립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브리즈와 함께 탄소중립 뮤지컬을 제작했다. 「지금부터 시작해」라는 제목의 이 뮤지컬은 이상기후로 인한 각종 피해와 원인,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실천 방법 등을 소개한다. 대구 지역 환경단체 총회,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 등에서 공연을 가졌다.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탄소중립이 너무 어렵고 딱딱하게 생각되었는데 이렇게 쉽게, 마음이 뭉클하게 다가올 수 있어 놀랐다는 평가였다. 올해 8월에는 환경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지속가능발전대회 개막식 축하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대한민국지속가능발전대회는 전국의 지속가능발전 활동가와 관련 공무원, 기업인 등 2천 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대구에서 만든 탄소중립 뮤지컬이 전국 각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탄소중립 뮤지컬 「지금부터 시작해」> 공연

기후위기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은 지속가능발전의 가장 핵심이슈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급격하게 줄이지 않으면 파국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당장 석탄발전소를 멈추고, 내연기관차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과격하고 급격한 변화는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시민들 스스로 이런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 문화예술이 보다 많은 시민들의 일상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시민의 일상 속에서 함께 할 때 문화예술의 지속가능성도 담보된다. 스트라디바리, 과르넬리, 아마티 등 현악기 역사상 최고의 명품들이 만들어진 도시 이탈리아의 크레모나에서는 시내 곳곳에서, 어디에서나 바이올린 선율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특정 공간을 찾지 않더라도 도시 어느 곳에서나, 어느 누구라도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문화예술 향유’,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문화예술의 역할, 문화예술의 지속가능성이 여기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