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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계명한학촌

노비였던 부모는 주인인 김판서에 의해 처참하게 맞아 죽었다. 부모의 주검을 본 후 쉬지 않고 뛰고 또 뛰었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벗어나고 싶었다. 기왕이면 조선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얼마 후 파란 눈과 금발머리를 한 서양도깨비의 배가 보였다. 저 배가 어디로 갈지 알 수는 없었지만 몰래 숨어 들어갔다. 한참 후 배가 다다른 곳은 미국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동양 어린아이가 살아남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이었다. 갖은 고생을 겪고 미국인 유진 초이(이병헌)가 된 그는 해병대 장교가 돼 조선으로 돌아온다. 다시 돌아왔을 때 조선은 주변 열강들의 틈새에 끼어 국권은 바람 앞에 등불 신세가 돼 있었다.
한편, 덕망 높은 양반가의 딸 고애신(김태리)은 갓난아기 때 의병활동을 하던 부모님이 동료의 배신으로 살해당한 이후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다. 남몰래 사격술을 연마해 밤이슬을 맞으면서 친일파 인물 제거에 나서는 등 의병활동에 투신하는데…….
미스터 션샤인은 2018년 7월에서 9월까지 방영된 드라마로, 1900년 초 대한제국시대 의병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경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계명대, 개교 50주년 기념해 계명한학촌 건립
지난 2004년 계명대학교는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성서캠퍼스 내에 계명한학촌을 건립했다. 한학촌은 교육공간으로 이용되는 계명서당(啓明書堂)과 주거공간으로 이용되는 계정헌(溪亭軒), 정원(庭園)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계명서당이 135평, 계정헌 104평, 기타시설이 20평으로 건축물의 총 규모는 259평이나 된다. 주변에는 100미터에 이른 계곡물이 한학촌의 연못으로 흐르고, 소나무 숲길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여주인공 고애신은 서양인이 운영하는 목화학당을 찾아가 영어를 배운다. 고애신의 정혼자 김희성(변요한)은 고애신을 만나기 위해 여자들만 있는 목화학당을 찾아가 경천당(敬天堂) 현판(懸板)이 보이는 돌계단 아래에서 둘은 마주한다. 드라마 속에서 고애신이 영어를 배우고, 김희성을 만나는 장소가 바로 계명서당이다.

도산서원, 양진당 등 본떠 전통적인 한옥 재현
계명서당은 달성군 구지면의 도동서원(道東書院)과 안동의 도산서원(陶山書院)과 같은 유명서원의 형태를 본보기로 하여 건립했다. 도동서원은 조선시대 한훤당 김굉필의 학덕을 기리기 위한 곳이며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곳이다. 훈장이 유생들을 가르치는 주 교육공간인 경천당(敬天堂)을 비롯해 서당의 출입구이며 풍류와 휴식을 즐기는 누각인 청송루(靑松樓), 차를 마시는 전통 다실(茶室)인 문다헌(聞茶軒), 유생들이 생활하고, 자습하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인 구인재(求仁齋), 집의재(集義齋), 훈장이 평소 생활하는 공간인 온지실(溫知室)로 구성되어 있다. 경천당 뒤뜰에는 바르고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오죽(烏竹) 숲이 있다. 숲을 지나가면 오죽을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발걸음을 붙들고 잠시 쉬어가라 한다.계명서당을 나와서 서쪽으로 선비교를 지나면 전통 양반가옥 계정헌이 ㅁ자형으로 자리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고애신의 집으로 등장하는 곳이다. 계정헌은 안동 하회마을의 양진당(養眞堂)과 경주 양동마을의 향단(香壇)을 본 떠 건립했다. 양진당은 서애 류성룡의 형인 겸암 류운룡의 종택이다. 향단은 회재 이언적이 경상감사 재직 시절 지은 집이다. 주로 여성들의 생활공간으로 사용되는 안채와 집안 어른이 상주하면서 손님을 접대하고, 어린자녀를 교육하는 공간인 사랑채와 머슴의 공간, 마굿간, 창고 등이 있는 행랑채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모양은 입구(口)자 양반가옥의 평면적 배치형식을 취하고 있다. 계정헌은 대구의 입지적인 기업인으로서 계명한학촌 건축에 상당한 사재(私財)를 희사한 계정 우종묵 회장의 아호를 따서 ‘계정헌’이라 명명했다. 계정 우종묵 회장은 1923년 대구 출신으로 대구에서 고려예식장 등 여러 기업을 경영하면서 지역의 공익사회사업에 특별히 공헌한 공로로 1994년 국민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각국 정상들이 방문한 흔적 그대로 남아
계명서당과 계정헌 사이에는 100m에 이르는 계곡이 있고 이 계곡을 따라 아담스채플로 올라가는 돌계단 길이 나온다. 가온길이다. 가온길 양옆에는 솔밭이 있고, 봄여름가을 동안 솔밭 사이로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해 계명인들이 즐겨 찾는 사색의 길로 알려져 있다. 계정헌 앞마당 앞에는 계명서당과 계정헌 사이로 계곡물이 흘러 들어와 잠시 쉬어가는 조그마한 연못이 있고, 연못 서편에는 ‘서운정(瑞雲亭)’이 탁족(濯足)하듯 두 기둥을 연못에 담근 채 걸터앉아 있다. 서운(瑞雲)은 계명대학교 건축학과 이중우(李重雨) 명예교수의 아호로 2004년 계명한학촌 건축 당시 이중우 교수가 건축설계를 맡은 것을 기념해 서운정이라 지었다. 정원은 우리 조상들의 전통적 정원 개념에 입각하여 각 조경요소의 배치와 형태를 그대로 살렸다.
서운정 옆 연못에는 특별한 표지석이 있다. 지난 2015년 4월 12일부터 대구에서 개최된 제7차 세계물포럼(World Water Forum)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각국의 정상 및 귀빈들이 찍은 기념사진이 돌에 새겨져 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대통령, 압델리라 벤키란 모로코 총리, 얀 얄리아슨 유엔사무부총장, 호세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등 각국의 정상들과 귀빈들은 계명한학촌을 방문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한국의 전통한옥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서로운 솔향이 캠퍼스 전체로 번져 나가
계명한학촌으로 들어가는 문은 모두 3개다. 동산도서관과 의양관 사이의 남쪽 정문은 주일문(主一門), 동쪽 아담스채플 가는 길에서 들어오는 동문은 계명서당과 연결되는 학이문(學而門), 서쪽 계정헌으로 들어오는 서문은 백호문(白虎門)이라 한다. 백호문은 동양의 동서남북을 지키는 상상 속의 4가지 동물, 즉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남주작(南朱雀), 북현무(北玄武)에서 유래한 것이다.
계명한학촌의 소나무 숲은 성서캠퍼스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신성한 곳이다. 이곳에서 풍기는 솔향은 성서캠퍼스 전체로 퍼져나갈 정도로 그 향이 짙다. 솔숲 서쪽에는 소나무만이 아니라 소나뭇과의 곰솔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곰솔은 나무의 껍질이 붉어서 붙인 이름이다. 곰솔은 바닷가에서도 잘 살기 때문에 해송(海松)이라 부른다. 곰솔은 소나무처럼 잎이 한 묶음에 2개씩 달리지만 길이가 길고 억세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표정, 발 닿는 곳마다 포토존
한학촌은 계명서당과 계정헌이 각각 숲에 둘러싸여 있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표정이 다르다.
노랗고 붉은 꽃들이 만개한 봄, 주변이 온통 녹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녹음으로 가득한 여름, 붉은 단풍과 누렇게 익어가는 잎들이 빛을 한껏 머금은 가을, 흰 눈이 사위를 감싼 고즈넉한 겨울에는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 입은 고애신이 함안댁과 함께 대문을 열고 나올 듯하다. 또 같은 날이라도 시간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연주하듯 전혀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때문에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인생컷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다.

계명서당 청송루

계명한학촌 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