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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동네 책방

‘파이데이아북스’

달서구 상인역 e편한세상 아파트 2단지 정문 입구에 있는 북카페 파이데이아북스. 카페에 들어서면 3~4명이서 앉을 수 있는 테이블 2개가 있고, 유리문으로 분리된 안쪽 공간에는 8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 하나가 있다. 그런데 꽂혀 있는 책 제목들이 심상치 않다. 어린이용 도서와 몇몇 문학과 교양서적을 제외하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명상록』, 『군주론』 등 서양고전들 일색이다. 차를 마시며 가볍게 읽기에는 책 제목들이 제법 무겁다.

위대한 저서 읽기 모임…
시야는 넓어지고, 자신감도 쑥쑥
이 곳은 김민주 씨와 남편 조성열 씨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상인지부로 일반 북카페와는 달리 독서모임으로 유명한 곳이다. ‘파이데이아(paideia)’는 그리스어로 ‘교육’, ‘교양’을 의미한다.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는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교육철학자인 계명대학교 신득렬 교수가 1991년 대구에 설립한 비영리교육기관이다.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은 미국 시카고대학교 총장이었던 허친스(R. M. Hutchins, 1899~1977년)와 그의 동료 아들러(M. J. Adler, 1902~2001년)가 1940년대부터 대학생과 일반인의 교양교육을 위해 만들어 시행한 것이다.
부부는 계명대학교 교육학과 03학번 동기다. 결혼 후 책이 좋아 대학 시절 독서모임을 소개했던 신득렬 교수를 찾아갔다. 그 곳에서 독서모임을 지도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2017년 3월 카페 문을 열었다.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는 한국 최초로 위대한 저서의 한국어판을 중심으로 독서토론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팔공산 본부와 전국에 15개 지부가 운영 중이다.
금요일 오전 10시, 위대한 저서 읽기 1년차 모임이 있는 시간이다. 멤버는 모두 6명, 40대 주부들이다. 멤버들이 읽고 있는 책은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으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였다.
멤버들에게 독서모임이 좋은 점에 대해 물어봤다. 류정숙 씨(46세)는 “모임에 오기 전에는 책을 사서 혼자 읽고는 책장에 꽂아두면 끝이었다. 물론 좋은 책은 남들에게 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특별히 많은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 모임을 통해 함께 생각을 공유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것도 많고 읽은 책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경화 씨(50세)는 “어려운 고전을 혼자 읽었다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모임을 통해 한 권을 읽고 두 권을 읽으니 성취감이 생겼다. ‘나도 뭔가를 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백현지 씨(46세)는 “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사람마다 이해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재미있고 덩달아 시야가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매주 21개 독서모임 100여 명 참가
위대한 저서 읽기 모임은 해마다 1년차를 새로 모집하고 1년차 이상은 그 모임이 회차를 더해 계속 이어진다. 2017년 처음 시작한 3개 모임의 10여 명 멤버들은 6년차를 맞아 지금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고 있다.
현재 카페에서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위대한 저서 읽기 외에도 주니어(초등 고학년) 고전 읽기, 청소년을 위한 고전 읽기, 소설 읽기, 비문학 읽기, 성인 대상 세계문학 등 21개 독서모임에 약 100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 개의 모임에는 평균 4~5명씩, 모임은 1주일에 한 번씩 갖는다. 초등학생과 청소년의 경우 1시간씩, 성인의 경우 대략 2시간씩 갖는다. 모임 때마다 제공되는 음료를 포함한 월 회비가 5만 원이다. 대상 도서는 개인이 직접 구매한다. 독서모임은 해마다 1년차 모임을 새로 개설해 회원을 모집하며, 기존에 운영 중인 모임에 빈자리가 있을 경우 참여할 수 있다.
독서모임의 장점에 대해 김민주 씨는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혼자 읽을 때보다 더 풍부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미처 내가 생각지 못한 다른 사람의 생각이 더해져 더 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라며, “꾸준하게 모임에 참여할 경우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문의 010-9370-3619